GPD의 경쟁사로 Samch Z를 꼽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실제로 GPD가 가장 신경 쓰는건 이 업체일겁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UMPC 제조사인 GPD가 가장 신경쓰는 업체라고 하면 One-netbook 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전에 지나가듯이 '(GPD WIN Max의 정보를 일찍 공개하면) 저기서 베낄수도 있어'라는 이야기를 했던 적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GPD가 One-netbook에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결론에는 쉬이 도달할 수 있습니다.
One-netbook사의 첫 제품이었던 OneMix
'화면이 뒤로 접히고 펜이 지원되는 GPD Pocket 일뿐'이라고 하면 할말 없는 디자인이다.
실제로도 One-netbook이 처음으로 내세운 UMPC인 One Mix는 누가봐도 GPD Pocket으로 부터 영향을 받은 것 처럼 보입니다.
다만 이미 있는 제품을 그대로 카피한게 아닌 기기 반대편으로 접어넘길 수 있는 구조의 경첩과 전용 펜 제공으로 나름의 차별성을 뒀고, 이후의 제품군은 GPD보다 훨씬 고성능의 CPU를 장착하는 형태로 GPD의 경쟁 제품대비 더 나은 선택지라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GPD에서 제공하는 것 이상의 성능과 접히는 화면, 스타일러스를 원하면 우리로 오라'는 거였죠.
이런 'GPD와 비슷하지만, 뭔가 차별화된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One-netbook의 제품들이 지니는 강점으로 꼽혀왔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들이 '우리는 GPD의 카피캣이 업체가 아닌 GPD가 긁어주지 못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업체다'라는 점을 꾸준히 어필해온 셈이죠.
하지만 One-netbook의 제품군에는 GPD의 GPD WIN 시리즈에 대응되는 '게임용 UMPC'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One-netbook의 모든 제품은 GPD로 치면 사무용 제품군인 GPD Pocket 시리즈에 대응되는 기기들이였고, 어째서인지 게임용 기기는 내지 않고 있었죠.
OneGx1 공개 당시 나온 한장의 홍보 이미지
GPD 입장에서는 선전포고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하단의 중국어 상세 내용은 제거되었음)
그랬던 One-netbook이 게임용 UMPC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 작년 5월의 일이었습니다.
One Gx라는 이름의 윈도우 기반 게이밍 UMPC를 준비중이고, 당시 Smach Z와 GPD WIN Max가 사용하려던 것과 같은 칩셋인 AMD 라이젠 임베디드 V1605B를 쓰겠다는 정보가 공개되었었죠.
(기기 이름에 대한 표기는 OneGx나 One Gx등으로 통일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후에 OneGx1으로 바뀝니다.)
아래는 당시의 일을 다룬 notebookcheck 사이트의 기사입니다.(영문)
[Notebookcheck.net] One-Netbook wants to challenge the GPD Win Max and Smach Z handheld gaming PCs with OneGx
GPD WIN Max의 극 초기 유출 사진과 이에 대해 반응하는 GPD 공식 SNS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OneGx1이 개발중이라는 소식이 공개됐다
GPD입장에서는 '또 너냐?'는 소리가 나왔을듯
작년 5월이라고 하면 GPD WIN Max와 관련된 유출 정보들이 막 새어나오던 시기였습니다.
GPD입장에서는 이 정보가 반갑지 않았을겁니다. 업무용 UMPC 시장에 경쟁업체가 있는 것도 반갑지 않은데, 게이밍 UMPC 시장에서도 경쟁 구도가 생긴다면 그만큼 자신들의 기기를 팔 수 없게 되니까요.
게다가 그 경쟁기기를 내는 업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실력을 알 수 없는 상대'도 아니고 꾸준히 '우리도 UMPC라면 한가닥 한다'를 시장에서 증명하며 사용자를 모아온 One-netbook 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반갑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위의 이미지를 공개한 이후로 One Gx와 관련된 정보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작년인 2019년 말에 'One Gx가 AMD에서 인텔 타이거레이크로 CPU를 변경했다. 출시 시기는 2020년 여름'이라는 정보가 일본의 웹사이트인 PC Watch를 통해 공개된게 전부였습니다. 재미있게도 유출된 루머들에 따르면 GPD WIN Max가 인텔 CPU기반으로 변경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언저리였죠.
(현재 GPD WIN Max는 인텔 아이스레이크 기반으로 제작중이며, 이대로라면 One Gx보다 한세대 전의 CPU를 쓰는게 됩니다.)
당시에 나왔던 관련된 notebookcheck 사이트의 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영문)
그랬던 OneGx1의 정보가 하나둘씩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공개된 것 중 하나가 아래의 키보드 이미지였습니다.
One-netbook이 공개한 OneGx1의 키보드 이미지
극 초기 제품인 OneMix의 키보드를 연상시키는 구성이다.
위의 이미지는 2020년 3월 17일 오후 10시경 공개된 것입니다.
가장자리에 붉은색 금속 판같은 것이 보이는 점을 고려할때 OneGx1의 기기 렌더링이나 실제 사진에서 키보드 부분만 잘라내서 업로드 한걸로 보입니다.
GPD WIN Max의 최종 키보드 레이아웃
사실상의 경쟁 기종인 GPD WIN Max와 키보드 레이아웃을 비교해보면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릅니다.
OneGx1과 GPD WIN Max의 키보드 레이아웃 간에 눈에 띄는 차이를 몇개 꼽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OneGx1은 펑션키를 숫자키에 겹쳐서 배치함. Fn키를 눌러야 펑션키를 사용할 수 있음
2) OneGx1은 탭과 백스페이스 키의 위치를 일반적인 키보드 레이아웃에 맞춰서 배치함
3) OneGx1은 방향키의 크기를 크게 잡았음 |
이제 OneGx1과 GPD WIN Max의 키보드를 자세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일단 펑션키가 개별적인 키로 존재하는 GPD WIN Max와는 달리 OneGx1는 숫자키에 겹쳐넣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 방식의 단점은 펑션키를 쓰려면 Fn(기능키)를 계속 눌러줘야한다는 점입니다. 대신 '펑션키를 넣을 공간에 다른 키를 둘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 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GPD의 경우 '중국의 온라인게임 플레이어들이 펑션키를 사용한다'라는 이유로 GPD WIN 2에서도 어떻게든 펑션키를 물리적으로 배치한 적이 있고, GPD WIN Max도 초기 유출 사진에는 없던 펑션키를 최종 본에서 다시 추가했기 때문입니다.
One-netbook역시 중국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중국 유저들의 플레이 성향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굳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네요.
탭과 백스페이스의 위치를 보면 OneGx1가 일반적인 키보드 레이아웃에 더 가깝게 되어 있습니다.
GPD WIN Max는 탭키를 숫자키 왼쪽으로 옮겼습니다. 반면 One Gx는 탭키를 Q옆에 두는 '일반적인 배치'를 사용합니다.
OneGx1의 탭키 위치는 언뜻보면 '상식적인 배치'로 보이지만, 대신 키 크기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탭키의 사용빈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넣을거면 제대로 넣어주지'라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겠죠.
대신 OneGx1는 탭키를 저렇게 배치함으로서 한가지 이득을 봤는데, WASD의 배치가 일반적인 키보드에 더 가깝습니다.
GPD WIN Max의 경우 탭키를 빼버리다보니 키보드 문자판에서 Q열과 A열의 엇갈림이 일반적인 키보드와는 상당히 다르게 되었습니다. W와 S는 서로 살짝 엇갈려야하는데, GPD WIN Max에서는 키 절반에 해당되는 너비만큼 엇갈려 있죠.
이러면 FPS게임을 할때 생각보다 손가락을 많이 비틀어야합니다. W키가 전진으로 배정되어 있어서 항시 눌러줘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로 좋지 않은 배치입니다.
이런 '미묘하게 다른 키배치'는 키보드의 우측에서도 이어져서 일반적인 키보드라면 크게 어긋나있는 P와 L이 좌측 끝의 Q-A와 거의 유시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키보드를 보고 치는게 아니라면 '머릿속에 있는 학습된 위치'를 기반으로 키를 누르게 되기 때문에 이런 '뭔가 좀 다른 키보드'는 타이핑을 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OneGx1는 탭키를 '작게' 우겨넣은 만큼 전체적인 문자키의 배치가 일반적인 키보드에 가깝습니다.
WASD든 P-L이든 일반적인 키보드의 배열을 따라갑니다. 손가락이 적응하기 편하다는 이야기죠.
마지막으로 살펴볼건 방향키인데, 이쪽에서는 앞선 내용과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GPD WIN Max의 경우 방향키를 같은 열에 위치한 키의 절반 높이로 만들어서 좁은 공간에 상/하 키를 넣는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게임용으로 방향키를 써야하면 진짜 못쓸 물건이 되는 구조죠.
반면 OneGx1의 경우 '게임용이면 이래야지!'라는 듯이 키를 큼직하게 넣고, 각각의 키 크기를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좌/우 키의 너비가 좀 좁아보이지만 게임 용으로는 GPD WIN Max보다 좀 낫죠.
그런데 OneGx1는 이렇게 배치하기 위해 ?키를 키보드 가장 윗열로 밀어냈습니다. 네, 일반적인 키배치와 달라요. 앞서 'WASD든 P-L이든 일반적인 키보드의 배열을 따라갑니다. 손가락이 적응하기 편하다는 이야기죠.'라고 한거에 '라기에는 다른 부분의 키배치가 미묘하다'라는 문장을 덧붙여야하는 상황입니다.
'물음표는 자주 쓰는 키가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이 있는 키가 백슬래시(/)라는게 문제입니다. 프로그래머 처럼 이 키를 자주 누르는 직업군이 있죠. 이런 직업군 입장에서 '게임도 되고 간략하게 업무도 볼 수 있는 UMPC를 사고싶다'고 할때 자주 사용하는 키인 백슬래시가 엉뚱한데 붙어있는건 반갑지 않은 상황일겁니다.
여기에다가 'Fn키를 꼬박꼬박 눌러야하는 펑션키'까지 고려하면 '문자키가 배치를 일반 키보드와 비슷하게 갔다는 이점을 결국 자기 스스로 까먹는거 아닌가?'라는 묘한 생각이 들게 만들죠.
물론 양쪽 모두 중괄호나 대괄호 키는 일반적인 키보드의 배치를 따라가지 않지만, 이건 키보드를 넣을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 점을 제외하고 보면 두 업체가 키보드에 대해 지니는 생각이 꽤 다르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점을 두고 보면 '업무 환경도 고려한 GPD WIN Max와 게임 환경을 더 중시한 OneGx1'라고 이야기 해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