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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덕질/게임 후기

[Nintendo Switch / 리뷰] 꿈☆의 실현! - 시티즈:스카이라인 스위치 에디션

전례없는 궁극의 시티빌더 온 더 고!



gog에 사둔 심시티 시리즈. 4는 스팀에 있습니다.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 어머니와 같이 간간히 찾아가곤 했던 사촌형네 집에서 사촌형이 심시티를 하고 있던게 기억납니다.


 유치원에 들어가서는 고모네 댁을 간간히 갔는데, 고모네댁의 사촌형이 심시티 2000을 하고 있었었죠. 곁에 펼쳐져 있던 공략집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납니다. 조금 지나서 사촌형이 몇번 하게 해준적도 있었는데 재정관리를 할 줄 모르니 연짝 파산했고, 보다못한 형이 세이브파일을 에디트 해서 돈을 최대한도로 늘려줘서 하게 해줬던 기억도 나네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때. 드디어 심시티 3000을 제것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기쁜나머지 집에 가기 전에 들른 할머니 댁에서 상자를 열고 메뉴얼을 읽어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참 신나게 했었죠.


 한편으로 하드디스크 용량개념이 없던 저에게 '컴퓨터에서 불필요한건 지워가며 써야한다'라는걸 깨닫게 해준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하드디스크 용량 부족으로 설치를 못했었거든요. 뭐, 지금와서 보면 별것도 아닌 200MB정도의 용량이 필요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드디스크 용량이 간신히 GB로 한자릿수 이던 시대에는 참 큰 용량이었죠.




이 양반들에 대한 고운 정은 C&C4이래로 남겨둔 것도 없습니다.

결국 심즈4까지 거의 날려먹을 뻔한걸 보고 제대로 열받았었죠.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 EA는 심시티 소사이어티와 심시티 2013을 보여줬고, 평가를 본 순간 구매를 포기했으며 '웨스트우드 죽인 놈들 클래스가 어디 안가는 구나, 결국 맥시스도 저짝 내는구나!'라며 이를 박박 갈게 해줬습니다.


 야이 망할 놈들아 오리진, 웨스트우드, 불프로그는 성이 안차냐. 웨스트우드 말아먹는 등의 삽질로 배웠다던 회사는 EA4였냐. 야이 잇올놈들아 내 추억 돌려내라 이놈들아.


 라고 한탄하면 끝도 없으니 이 분은 잠시 접어두고 본론으로 넘어가죠.





솔직히 그냥 이거나 해야하나 싶었습니다


 EA가 심시티 2016을 말아먹은 상황에서 저를 포함한 심시티 팬들은 충격에 빠졌었습니다.


 심시티4가 너무나도 잘 나와줘서 사골국 우려먹을 건 남아있었지만, 확실히 좀 된 물건이였죠. 타사에서 시티빌더 장르를 몇번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영 시원찮았습니다. 심시티 2013을 망친 이상 EA가 새 심시티를 내줄리는 없고, C&C나 울티마의 팬들 마냥 고전작들 부등켜 안고 '어헝헝 EA 미워'라고 하며 지내야할 판국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전혀 엉뚱한 곳에서 희소식이 들려옵니다. 새로운 시티빌더 게임을 낸다는 소식이었죠. 개발사는 콜로설 오더.


 ...엥? 누구요?





의외의 곳에서 올라온 꿈과 희망의 트레일러 영상


 콜로설 오더는 핀란드의 게임 개발 회사로 시티즈 인 모션이라 불리는 대중교통 시뮬레이션 게임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이미 있는 도시에 교통 수단을 갖춰 자신의 교통회사를 키워나가는 게임으로 사람들의 동선등 신경쓸 거리가 굉장히 많은 매니악한 게임이었죠. 이런 회사가 갑자기 '우리 시티 빌더 만들거에요'라고 하면 솔직히 좀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결과물이 대박이었다는 거죠. 그냥도 아니고 진짜 대박. 사람들이 심시티5에 바라던 것들이 곳곳에 숨어있고 '제대로 돌아가는' 멋진 시티빌더가 나와줬습니다. 커뮤니티가 긍정적인 의미로 뒤집어졌고, 리뷰어들은 점수를 드럼통으로 가져다 퍼부었으며, 미래가 없어보였던 시티빌더 장르에 한줄기 빛이 비춰들었습니다. 그것도 영화 촬영에 쓰는 고출력 조명으로요.





사실 말이 좋아 시장이지 플레이어가 공무원들 잔일까지 다 하는게 시티빌더긴 합니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심시티가 세운 현대 도시를 만드는 시티빌더 게임의 기본 룰을 바탕으로 더 강화시킨 모습을 보여줍니다.


 플레이어는 한 도시의 시장으로 도로를 놓고, 땅의 용도를 설정하고, 각종 서비스 건물을 세워가면서 작은 마을을 거대한 도시로 키워나가야하죠. 글로 적으면 정말이지 이렇게 별거 없는 장르입니다만 그 도시를 키워나가는데 중독되어 버리는게 시티 빌더 장르의 무서움입니다. 맥시스의 수장이었던 윌라이트가 번겔링 만 공격작전의 맵에디터를 가지고 놀다가 시티빌더 장르에서 보이는 RCI 요구치 등도 존재하지 않는 그냥 맵에디터였는데도 '이거 맵 에디터가 더 재미있잖아?'라는 걸 깨달았던게 괜히 그런게 아닙니다. 그 별거 아닌게 엄청나게 재미있어요.


 심시티 2000시절에 단순하게 RCI 그래프 맞춰주고, 대략적인 치안같은 요소만 챙겨주던것도 재미있었고. 심시티 3000의 조금 더 강화된 시스템도 재미있었고, 심시티4에 들어서 신경쓸 거리거 더 많아진 뒤에는 더 재미있어 졌었죠. 물론 그만큼 '생각한 대로 교통이 술술 풀리지 않는다' 골치아픈 상황도 자주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도시의 이런저런 요구를 들어주며 성장시켜 나가는 재미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집니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시스템은 심시티 2013을 포함해 그간 심시티 시리즈가 만들어온 시스템을 바탕으로 더욱 현실적인 교통망이나 특화지구 개념등의 기능을 추가한 형태인데, 그야말로 '심시티 2013이 원래 이랬어야해!'라는 탄식만 나오게 할 정도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 시스템 속에서 RCI 요구치를 채워주고, 건물이 최대한 발전할 수 있게 의료등의 서비스를 챙겨주고, 직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교육을 챙겨주거나 주지 않고, 각종 정책을 설정하고, 차들이 술술 달려나갈 수 있는 길을 설계하고 만들어나가다 보면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각종 실패를 겪기도 하지만 거기서 배워서 다시 또 시작하는 것이 시티 빌더의 매력이기도 하지요.





시체 운구 차량이 모자른게 아니라 다른데에서 막히는 바람에 못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운구시설을 근처에 더 지어봐야 이미 호출한 차량을 기다리기 때문에 의미 없습니다.

이런 디테일이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더 재미있게 합니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이 도시를 묘사하기 위해 처리하는 연산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기본적인 RCI요구와 치안, 소방, 의료같은 연산은 기본입니다. 상업 구역과 공업 구역은 특정 수준의 노동자를 특정 숫자로 요구하고, 이것을 주변의 주민들을 기반으로 채워졌는지의 여부를 연산합니다. 상업 구역과 공업 구역은 도시 외부로 들어오고 나가는 물자와 연결되어 있고, 이걸 실제 차량을 사용해서 오가는걸 '최대한'묘사합니다.


 자연 환경에 대해서도 연산 거리가 많습니다. 풍력 발전기는 위치에 따라 발전량이 다르고, 댐도 건설하는 형태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집니다.  물은 실제로 물리적인 움직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물을 너무 많이 퍼올리면 하류의 물이 상류로 역류하고, 도시 구조에 따라서는 하류의 똥물이 상류에서 채집되어 도시에 오염된 물이 공급되죠. 땅에 배정된 '자원'은 특정 타입의 산업 시설이 물자를 외부로 부터 조달받지 않고 생산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난방을 위해 지열 발전기를 세울때도 아무데나 세우는게 아니라 열이 있는 자리를 찾아줘야합니다.


 이것들은 모두 심시티 2013이 해보려고 했지만, 게임 자체가 너무 완성도가 떨어지는 나머지 잘 해냈는지의 평가도 제대로 못받았던 부분입니다. 다행히도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이걸 굉장히 잘 묘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단시간에 다량 신설된 버스라인을 위해 다량의 버스가 긴급 배치되고 있습니다.

저렇게 일시에 다수의 차량이 배치되다가 있던 정체가 더 심해지기도 하니 한번에 다량의 노선을 신설하는건 피하시는게 낫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도시의 각 요소를 오고가는 차량들이 실제로 도로를 이동하는 것으로 연산된다는 점입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거의 시티빌더들의 경우 도시에 돌아다니는 차량은 솔직히 순간이동 기술이 기본 탑재된 수준이었어요. 그냥 그 구간에 차가 많이 다니겠다 싶으면 대충 많은 차를 그리는 식이었죠.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이 부분에 대해 최대한 많은 부분을 실제 차량 움직임으로 묘사합니다. 도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물자, 도시내에서 도는 물자, 공공 서비스 차량의 이동 그리고 대중교통의 이동까지 전부 차량으로 묘사합니다. 덕분에 도로 설계가 엉망이거나 하면 도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단 시간에 추가된 다량의 버스노선을 단 하나의 버스차고지에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쏟아져나온 버스가 순간적인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여기에 쓰레기차가 얽히는 바람에 주거지에서 '쓰레기차가 안와요!'라는 비명이 들리는게 시티즈 스카이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일 정도니까요.





현실 도시에서도 도로 설계가 중요하지만 시티즈는 너무 심한면이 있습니다


 시티즈는 교통망의 흐름이 과거의 심시티 시리즈들 대비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다보니 초반부를 넘어서는 난이도는 심시티 계열에 비해 더 힘들게 느껴지는 면도 있습니다. 보통 초보자가 도시를 건설했는데 아무것도 성장을 안하거나 초반이 살짝 넘어서니 카오스가 되는건 최소한의 교통 흐름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도시구조 탓이니까요. 한예로 초보자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무심코 너무 많은 교차로를 두는 겁니다. 살면서 본 도시가 사각형의 블록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이를 그대로 재현하려다가 교차로 범벅이 되는거죠. 그 결과 다량의 통행량이 몰리는 구간에 다수의 교차로가 발생, 대규모 정체현상이 발생합니다.


 다만 극 초반을 넘어서면 의외로 순탄하게 굴러가는 것 처럼 보이게 되기는 합니다. 그도 그럴게 생각보다 한번 흑자에 들어서면 적자로 돌아서는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무리하게 돈을 많이 소모하는 공공시설을 다량 확충하는게 아니라면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흑자유지가 쉬운 편입니다. 이 부분은 적잖은 경우 사람들이 '뭐야, 생각보다 쉽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다행인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초보자의 교통망은 여기저기 구멍이 나있기 마련이고 이건 중장기적으로 도시가 발전하다 보면 결국 문제를 일으킵니다. 동맥경화마냥 출퇴근 차량과 화물 배송 차량들이 얽혀나가서 출퇴근 지옥도 아니고 전반적인 교통 지옥이 펼쳐지죠. 이것을 도로 재설계나 '구획 전면 재건설'등의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수를 넘어 고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익히게 되는 일이 됩니다. 이에 비하면 특정 산업 구획이 특정 학업의 노동자를 요구하거나 하는건 별거아닌 걸로 보일 정도에요. 그건 학교 수만 조절하면 되니까요.





시티즈 인 모션3를 만들던걸 도시 건설 요소만 넣어서 시티빌더로 발매한거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읽다가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결국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교통망에 죽고 교통망에 사는 게임입니다. 개발사인 콜로설 오더가 원래 대중교통 시뮬레이션인 시티즈 인 모션의 개발사다 보니 교통 시뮬레이션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구현해 놨는데, 이게 역으로 독이 되는 면이 있어요. 시티즈 스카이라인이 시티빌더로서의 기본기가 부실하다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하다보면 이놈의 도로망 설계에 잡아먹힌다는 인상을 피하기 힘듭니다.


 물론 현대 사회의 도시는 잘 짜여진 교통망이 중요하긴 합니다. 그건 부인할 수 없죠. 사실 고전명작인 심시티4만 해도 출퇴근 루트의 최적화 문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종이에 설계도를 그려가며 도시를 만들어 나갔던 형편이니까요. 하지만 시티즈의 경우 교통부분의 완성도가 너무 높다보니 다른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만들어진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렇게 부실하게 만들어진게 절대로 아닌데 본의아니게 상대평가가 되는거죠.


 다행히도 현재 PC로 출시된 DLC들을 보면 이러한 부분을 어느정도 메워주는 것들이 있기는 합니다. 물론 이게 언제 콘솔 에디션들로 이식되냐가 문제지만요. 당장은 '안낸다'라고 하지는 않았으니 기다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 멀쩡히 상업구역이 있는데 '상품을 사줄 곳이 없어요!'라고 경고가 왕창 뜨고있는 상황

인게임내 정보 만으로는 문제의 원인 파악이 굉장히 힘듭니다.

결국 저 문제를 해결 못하고 새로 시작했습니다.


 이 장르의 고질적이자 치명적인 문제인 튜토리얼의 부재는 시티즈 스카이라인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네, 이건 시티빌더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그러면 누군가는 고쳐야죠. 시티즈:스카이라인의 튜토리얼은 사실상 없으며, 팝업창을 통해 '이제 뭘 할 수 있어요'를 안내해주는 정도입니다. 이 기능과 '인구수에 따른 순차적인 기능 해금'이 튜토리얼 대용으로 충분할거라고 생각한거 아닌가 싶긴 한데, 전혀요. 심시티 3000이면 그려니 하는데 도시의 출입로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인구가 안들어오고, 도로를 초반에 너무 엉망으로 건설하면 굉장히 오랜시간 아킬레스 건으로 돌아오는 게임의 특성을 고려하면 초보에게 너무 배려가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지구에 정책을 설정하는 방법 등의 안내 문구는 솔직히 잘 설명되어 있지도 않고요. 시티빌더의 팬층도 상당히 제한된 편이고, 신규인원의 유입이 항시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설계로 보기는 힘듭니다.[각주:1]


 그런다고 해서 게임내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이 내가 지금 직면한 상황을 분석하기에 충분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위의 스크린샷의 경우 갑자기 상업구역들이 단체로 '물건을 살 곳이 없다'라며 경고를 띄웠는데, 실제로는 화면 왼편에 적잖은 수의 상업 구역이 배치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게임내 정보 지표들만으로는 '상업구역이 충분한데 왜 물건 팔곳이 부족하다고 하는가?'라는 문제를 알아내기 어렵고,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잦습니다. 인게임 내에서 각종 연산이 복잡하게 돌아가는건 좋은데, 그 연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추론할 기반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건 앞서 이야기한 튜토리얼의 부재 문제와 더불어 초심자에게 거대한 장벽처럼 작용합니다.


 결과적으로 DOS시절의 시티빌더 대비 신경쓸것과 알아야 할것은 엄청나게 늘었는데, 친절도는 그때 대비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심시티 3000 메뉴얼에 실려있던 짧막한 '따라해보기' 파츠는 아직도 생각납니다. 그래서 그걸로 도시 건설을 다 배울 수 있냐면... 아니요. 그런데 시티즈는 DL판매가 일상화된 시대에 출시되었기 때문에 그런것도 없습니다. 막막하죠. 그런다고 해서 도로를 대충 짓고, 구역 설정하면 사람이 오냐면... 아니잖아요. 그래서는 인구 1만도 못넘기고 파산합니다.


 심즈계열의 유한 게임이라면 부딫쳐 가면서 배워도 되지만 심시티 계여의 게임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친절한 요소가 여전히 가득하다는건 결코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해야할겁니다.






도시 2개를 말아먹은 끝에 만들어낸 '그나마 돌아가는 도시'

고생 끝에 낙이 오기는 합니다.


 물론 이러한 고통을 겪어가며 배운 결과물은 각별합니다.


 거대하게 성장한 나만의 도시. 그거 참 좋죠. 심시티4 이후의 시티빌더들은 야경 감상도 지원하고, 오늘날의 3D 기술은 굉장히 멋진 야견 그래픽을 볼 수 있게 해주거든요. 마을 단위도 못넘기던 도시가 인구 수만을 넘어 수십만에 도달하는걸 보면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그래서 거기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다면 그건 아닙니다. 적어도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더 제공되거나 더 제대로된 튜토리얼이 제공된다면 초보자들이 이 게임을 즐기는데 더 도움이 될겁니다. 이건 나중에라도 패치로 손봐줄 수 있는 부분이죠.





동시기 거치기와 사실상 같은 구성의 핸드헬드 시티빌더[각주:2]

이것 만으로도 감정적인 면만 200%고려해서 찬사를 보내고 리뷰를 끝내고 싶긴 합니다.


 이제 스위치 에디션에 대한 부분만 한정해서 살펴봅시다.


 이 리뷰를 쓰기 위해 플레이하는 동안 저는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항시 포터블 모드에서 플레이 했습니다.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 제 도시는 인구수 십만명을 달성한 상태고, 도시에는 우주엘레베이터까지 건설해뒀습니다. 이정도까지 진행해 봤다면 게임을 '대충'해보고 리뷰한다고 하기는 어렵겠죠.


 시티즈:스카이라인 스위치 에디션은 본편 시티즈 스카이 라인에 야간 레져를 강화하는 애프터 다크 DLC와 눈이오는 환경에서의 도시운영을 다루는 스노우 폴 DLC가 포함된 구성입니다. 타콘솔의 경우 스위치 버전과 비슷한 가격에 애프터 다크DLC만 넣어준 것을 기억하면 늦은 이식에 대한 적절한 보상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세일 기간때 PC로 사면 싸지만 그거야 PC 출시판이 오래전에 나와서 그런거고, 게임을 이식하는 비용과 콘솔 제조사에 대한 라이센스 비용은 공짜가 아니니까요.


 다른 콘솔 출시판과 마찬가지로 맵에디터와 에셋에디터는 빠졌지만, 그외 나머지 모든 기능은 그대로 담겨있는 '풀사이즈 시티빌더'입니다. 이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 출시된 휴대기용 시티빌더들은 구세대 작품의 리소스를 재활용하거나, 열화시켜서 이식해오는 것이 보통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휴대용 게임기로 이식된 최초의 풀사이즈 시티빌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로 형상 선택이 링커맨드 방식으로 바뀌는 등 콘솔의 사용 환경에 맞춰 이곳저곳이 수정되었습니다


 조작계는 콘솔 패드에 맞춰 잘 이식되어 있습니다. UI역시 콘솔에 맞춰 크기나 나타나는 위치들이 조절되어 있습니다.


 조작계의 경우 자주 쓰는 기능은 별도 키를 배정하고, 건설 메뉴는 D-pad의 좌/우키와 L/R버튼으로 빠르게 오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아날로그 스틱 2개는 화면 각도와 커서 조절에 사용됩니다. 애당초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설계된 게임이기에 이런 조작계가 잘 들어맞을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적응을 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조작을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PC에서와 같이 정교한 형상의 도로 건설은 쉽지 않기는 합니다. 현재 PC버전에서는 지원되는 일부 도로건설 관련 보조 기능이 스위치 버전에는 아직 적용되어 있지 않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애당초 PC버전도 그런 기능 없이 도시를 건설했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볼때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현재 스위치를 포함한 콘솔 버전은 PC기준으로 상당히 오래전 버전을 기준으로 포팅된 것이기 때문에 도로 관련된 편의 기능은 추후 더 추가될 여지가 있으니까요.


 사실 도로건설 보다는 한칸 단위로 커서를 세밀하게 움직이는게 힘들어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의 도로에서 새롭게 갈려나오는 도로를 만들다가 한칸 단위로 위치를 맞추려고 할때 이게 잘 안움직이는거죠. 고가도로 같은걸 만들때도 기둥의 위치 때문에 미세조정을 하다보면 조금 짜증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이건 어느정도는 제가 아날로그 스틱이 작아서 미세조작이 힘든 조이콘으로 플레이한 탓도 있을 것 같지만, 큰 스틱으로 한다고 해서 크게 나아질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슬쩍 들긴 합니다.




대중교통 노선 건설/조정의 조작감은 인내심 테스터 수준입니다.

차라도 한잔 끓여서 가져다 두시고 천천히 하세요.


 다만, 대중교통 노선 건설의 경우 앞서 말한 사항을 다 제쳐놓고 그냥 최악입니다. 마우스로 조작할때도 영 쉽지 않았는데, 아날로그 스틱으로 조작하면 정말 끔찍한 수준입니다. 새로운 노선을 시작하고 그걸 쭉 이어나가는건 쉽지만 기존 노선을 조절하거나, 정류장을 추가하거나 하는 작업은 정말 묘하게 커서가 원하는 데로 안가거나 제대로 반응하지 않아서 사람 속을 썩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UI의 경우 PC의 것과 거의 비슷하지만 일부 버튼의 위치를 재조정하거나, 링커맨드로 하위항목을 선택 가능하거나, 몇몇 기능이 전체화면에서 동작하게 바뀌는 등 콘솔 환경에 맞춰 수정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전반적으로 큼지막하게 그려진 인상을 주는데 콘솔의 경우 영상출력장치(보통 TV)와 플레이어간 거리가 PC유저들 대비 긴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경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위치 유저 입장에서는 더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스위치의 작은 스크린에서 플레이할때는 가급적 UI든 뭐든 큼지막한게 좋으니까요.






테그라 X1은 타기종에 비하면 참 별것 아닌 CPU를 지녔습니다.

거기서 이정도까지 뽑아낸건 정말 보통 솜씨가 아닙니다.


 닌텐도 스위치가 오래된 테그라 X1 AP를 사용해서 구동되고, 이 AP가 이 게임이 출시된 다른 기종 대비 상당히 낮은 연산속도를 지닌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스위치로 이식하기에 굉장히 불안해보이는 게임입니다. 예로 부터 시티빌더는 게임 뒷면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연산량과의 사투를 벌여왔고, 차량 운행등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시뮬레이션 하기 시작한 심시티4 언저리 부터는 '어떤 사양의 PC에서도 결국 버벅이게 된다'는 흉악한 특성을 지닌 장르가 되어버린지 오래니까요.


 다만 스위치의 성능을 고려하면 게임은 생각보다 잘 굴러가는 편입니다.


 그래픽은 많이 열화되었고, 줌인/줌아웃때 LOD변화가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날림이식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엉망진창인 그래픽은 절대로 아닙니다. 스위치의 성능 내에서 적절하게 조절된 그래픽이고, 보기에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야간의 모습은 생각보다 굉장히 멋지게 나오기도 합니다.


 프레임의 경우 일단은 30프레임을 목표로 제작되었는데, 실제로는 상당히 이른 시점에 20프레임대로 접어듭니다. 대부분의 플레이는 카메라를 약간 멀리 떨어뜨린 상태에서 진행되는데, 이정도에서는 20프레임 초중반대로 추정되는 정도로 화면이 묘사됩니다. 여기서 카메라를 확대해서 고퀄리티 모델이 다량 보이게 하거나, 카메라를 멀리 줌아웃 해서 보이는 것을 늘리면 프레임은 더 떨어져 버리죠. 다만 실제 플레이 중에 이럴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보니 그렇게 거슬리는건 아닙니다. 사실 양쪽 모두 보통은 지어둔도시를 천천히 감상할때나 쓰는 카메라 위치이기도 하고요.


 요구사양보다 낮은 성능의 PC에서 게임을 돌릴때 처럼 커서 조작이 약간 지연되거나, 게임이 잠시 멈칫한다거나 하는 현상도 생깁니다만,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타기종으로 해도 어차피 시티 빌더는 어느시점 이후로는 백그라운드 계산량이 엄청난 관계로 비슷한 현상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위치 성능이 떨어지니 남들도 겪을 문제가 좀 빨리 온것 뿐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만 합니다. 의외로 모든 조작을 하는 내내 버벅이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를 많이 줌인해서 연산량을 늘리거나 한 경우에 그러거든요.





이런 지옥도가 펼쳐졌다면 왼쪽 스틱을 눌러서 일시정지를 하고 상황을 파악하면 그만입니다


 한편으로는 시티빌더 자체가 그렇게까지 빠른 조작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배속 기능을 쓰는건 만들어 둔 구역이 얼마나 잘 성장하는지 확인하거나 돈을 더 빨리모이게 하는 등의 용도고, 이 와중에 잽싸게 뭔가 해야한다면 일시정지를 하면 됩니다. 이런 장르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심시티 시리즈는 각종 재난 상황에 대해 플레이어가 직접 관련된 서비스 팀을 배치하도록 해서 약간의 빠른 조작이 필요하긴 한데, 시티즈:스카이라인은 이게 자동 진행이라 그럴 필요도 없죠. 그러다보니 그렇게 높지 않은 프레임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티빌더를 하면서 '프레임이 30밑으로 떨어지다니 최적화를 엉망으로 했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게임을 안해본 티를 내는 거라고 봅니다. 액션이나 레이싱 게임이라면 프레임 안정성에 중요도를 높게 둬야하는게 맞지만, 이런 시티빌더 류의 시뮬레이션 게임은 이야기가 다르죠. 전투기쪽의 시뮬레이터나 커발 스페이스 프로그램 처럼 즉각적인 빠른 조작이 필요하다면야 '프레임도 잡아야지 뭘 한거냐!'라고 비난하겠지만, 시티빌더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위치의 그 저성능 HW에서 이정도로나 굴러간다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인구수 10만명에 도달하는 동안 이 게임은 단 한번의 치명적인 에러도 뿜어내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버벅일지라도 묵묵하게 플레이어가 만들어나간 도시를 시뮬레이션하는 멋진 안정성을 맛볼 수 있었고, 의외로 큰 규모의 개발사도 게임을 날림으로 이식해서 온갖 충돌문제를 겪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엄청 멋진 이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탁 까놓고 말해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웨이스트랜드2는 긴 로딩도 모자라서 언제 게임이 충돌로 꺼질지 모르는 완전히 날림 이식으로 사람들 뒤통수를 치고간 판국이었으니까요.





소방차가 화재현장(화면 끝의 원자력 발전소)로 이동 중에 도로를 실수로 끊었다가 다시 이은 뒤의 상황입니다.

끊긴 도로 앞에서 소방차가 정차후, 경로 재연산을 한참동안 기다립니다.

영상에서는 첫번째 소방차가 간신히 연산을 끝내고 이동하지만, 나머지 둘이 여전히 연산 결과를 기다리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저기서 화재현장 까지는 중간에 갈라지는 길도 없는 한줄짜리 길인데도 이럽니다.




차량 경로 연산 지연으로 인해 펼쳐지는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

차량이 두 무리로 갈려나간 이유는 속도차이가 아니라 각 그룹의 선두 차량이 경로 재연산을 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 뒤에 붙는 차량은 경로 재연산이 필요해도 얄짤없이 정체에 휘말려서 기달리게 됩니다.


 다만 스위치 버전의 이식상태에 대해서 지적해야할 문제가 없는건 아닙니다.


 인구수가 일정 수 이상을 넘어서면 게임의 시뮬레이션 속도가 느려지는게 보입니다. 특정 시점에서 게임 내에서 별말 없이 3배속 기능을 잠궈버리는데, 이거야 그렇다치고 어느시점 이후로는 1배속이나 2배속으로 시뮬레이션 속도를 설정해도 그렇게 빠르게 처리가 안되는 것 처럼 보입니다. PC에서 심즈 시리즈를 돌리면 이거 비슷한 모습이 보였던 기억이 나는데, 아무래도 스위치의 CPU가 그렇게 고성능이 아닌 탓이겠죠. 나중에 가면 '도시 건설에 도움을 주기 위해'운운하면서 UI를 켜둔 상태에서는 줌인 각도도 제한합니다만, 이건 옵션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CPU 성능 문제로 인해 생기는 다른 문제는 대중교통 노선 배치의 문제인데, 역시 일정한 인구수를 넘기게 되면 대중교통 노선을 배치해도 이게 즉각 생기지 않습니다. 노선을 완성하고 한참 지나서야 노선이 그려지죠. 난감한건 그 전까지는 '노선이 연결되지 않음'이라는 아이콘이 뜬 상태를 상당히 오래 유지한다는 겁니다. 내부적인 우선순위에 따라 작업을 처리해서 생기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로 추정되는데, 뒤집어 말해서 이것 말고도 실제보다 지연 처리되는 작업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겠죠. 다만, 추측일 뿐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와는 달리 진짜 치명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인구수가 일정 이상에 도달하면 도로에 다니는 차량의 경로 재계산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문제는 플레이어가 도로의 형태를 바꿨을때 게임이 근처의 도로에 있던 차량들에 대해 경로 재계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처리 지연으로 인한 정체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러다보니 도로를 좀 손대다 보면 멀쩡히 고속도로가 있고, 목적지까지 가는 것도 가능한데 각 차량들이 경로 재계산 결과를 기다리느라 도로 한복판에서 서있는 경우가 무지기수입니다. 이 게임에서 정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고려하면 치명적이죠. 근처에 합류 차로라도 있다면 정말 오랜시간 정체가 이어질 각오를 하셔야합니다. 


 이걸 해결한답시고 도로를 손보면 다시 그걸 고려한 재연산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이 상황에 대해서는 그냥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해법이 없습니다. 끔찍하죠. 괜히 도로를 더 손보려다가 지금 새로 생성된 차량까지 전부 재연산에 휘말리면 도시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 리뷰에 실린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몇몇 심각한 상황도 이런 상황에 공공 서비스 차량이 엮이면서 발생한 장면이니까요.


 이게 일반 차량이라면 모를까 장거리 운행이 잡힌 서비스 차량이나 대중교통이 얽히면 정말 끔찍하죠. 쓰레기가 제때 수거가 안되고, 불이 났는데 끄러 못가고... 난감합니다. 이러다가 원자력 발전소 하나 태워먹으면 게임 접고싶어지겠죠. 개인적으로는 낮은 프레임이나 간간히 일어나는 버벅임 보다는 이 경로 재계산 지연으로 인한 정체가 더 심각한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게임이 버벅이면 참고하면 되지만 연산 지연으로 인한 정체는 그 것이 도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요소니까요. 개발사의 추가적인 최적화 -하다못해 챠량 등장수를 제한한다거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명한 시장님은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에 구획을 하나 더 추가합니다


 불평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티즈:스카이라인 스위치 에디션이 몇몇 리뷰사이트가 점수를 준것 마냥 거의 폐급의 게임은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실상 최초로 생략된 부분이 없는 풀사이즈 시티빌더 게임을 돌아다니면서 즐길 수 있게 된거고, 그냥도 아니고 심시티의 제대로된 후계로 꼽히는 시티즈:스카이라인입니다. 그것을 스위치의 환경 내에서 상당히 괜찮게 즐길 수 있게 이식해놨죠. 이동경로 재계산으로 인한 정체 문제를 항시 주의해야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기종을 하듯이 그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시티즈:스카이라인 에디션은 스위치 용으로서는 상당히 잘되었고,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식작입니다.

  1. 초보자라면 유튜브 영상을 몇개 찾아보시고 자금 무한 모드로 시작해보세요. 참고로 스위치 버전은 PC기준으로는 상당히 구버전이라 DLC 애프터다크/스노우폴 출시 언저리의 튜토리얼 영상을 찾아보셔야 제대로 따라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2. 타 기종대비 도로에 차량수를 덜 그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합니다 [본문으로]